당시에는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얻던 시절이 아니었던지라, 거의 왠만한 음악 정보는 국내외에서 발간되는 월간 음악 잡지들 뿐이었다. 92년도 당시 내 또래 아이들이 듣던 Pop 음악은 사실 다 비슷비슷했다. New Kids On the Block이 내한 공연하며 여중생 관객 사망사고가 있을 정도로 그들에게 열광해 있던 해이기도 했지만, 내게는 92년 3월에 접한 월간 Hot Music의 한 코너란이 더 생생하게 기억남는 해이기도 했다.
91년부터 92년 초까지 Hot Music에서 연재했던 Progressive 음악에 대한 기사들은 나를 새로운 음악의 세계로 인도해줬고, 때마침 국내 Art/Progressive Rock의 전설적인 존재였던 성시완씨가 Siwan Record를 설립하면서 국내외에서 구하기 힘든 유럽의 여러 Art Rock 명반들을 라이센스화 해주어 그나마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명반들을 접할 수 있었던, 그래서 음악적인 감수성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었던 시기였다. Hot Music 92년 3월호는 소위 말하는 Progressive 음악의 제 3세계(일본, 스페인, 아르헨티나, 미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헝가리등)에서 발매된 명반들을 소개해주는 것으로 모든 코너를 마감하는 것이었는데, 그 중 눈에 띄었던 음반이 바로 일본 Rock Scene의 수퍼밴드인 FLOWER TRAVELLIN’ BAND의 71년 작인 Satori라는 음반이었다.
Progressive 음악이 60,70년대 유럽에서 워낙 왕성하게 제작되었던 터라 동양권에서는 그런 류의 음반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하던 때여서 더욱 눈에 띄었던 음반이었다. 활동 당시에는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는 밴드여서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Wanner Lable을 통해 라이센스로 발매되었고, 근래에는 해외의 다른 레이블에서 CD로 재발매 해주기는 했지만 LP로 구하기는 정말 쉽지 않았다. 눈독 들이던 그들의 음반을 알게된지 17년이나 지난 오늘에서야 England의 Sunbeam / Phoenix 레이블에서 재발매 해준 180g의 중량반 재발매 LP 음반을 구입하게 됐고, 드디어 턴테이블에 걸어 그들의 음악에 빠져 들어 볼 수 있었다.
사실 그들의 본작은 싸이키델릭한 부분이 많지만 컨셉트 형식의 곡 구성, 꽉 짜여진 곡 진행, 인도 음악과 일본 특유의 감성을 혼합한 시도 등으로 Progressive Rock 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더 잘 알려져 있다. Satori라는 곡명으로 Part 1~ 5 까지의 곡이 실려있는데 국내에서는 전영혁의 음악 세계등을 통해 Satory Part II 가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왔다. 역시나 곡 전체를 휘감는 기타리프와 지속적인 긴장감은 Satori(굳이 말하자면 ‘열반’ 정도의 의미)라는 컨셉을 충분히 표현해 내고도 남았고, 분명 몇번이나 다시 듣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음반이었다.
정말 오랫만에 느껴보는 음악적 쾌감이라고나 할까… Progressive / Psychedelic 음악에 발을 들여 놓은 분들이라면 이 기회에 구해서 꼭 필청 해보라고 권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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