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큰 키에 늘씬하고 하얀 피부의 어린 아가씨와 까만 피부에 한 눈에 봐도 수수해보이기만한 한 남자가 햇살 좋은 홍대 입구역 앞에 서 있다. 그녀의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던 남자가 그녀의 빈 어깨를 잡으며 얘기를 시작하고,  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길가는 사람들만 응시하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일방적인 남자의 얘기를 듣던 여자가 한마디를 던지자, 남자가 휴지를 꺼내들며 자신의 얼굴에 가져다대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낸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그러고는 여자의 가방을 든채로 남자는 자리를 떠났다.

      30분이 지난 지금, 덩그러니 여자 혼자만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너무나도 화창한 일요일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