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모 포털 사이트의 사진카페 모임에 다녀왔다. 요즘 사진을 통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너무 없는 듯 하여 모처럼 카페도 하나 더 들어보고, 비록 이 카페에서는 2번째 참석이긴 했지만 간만에 여러 사람들과 같이 모여 촬영도 하고 뒷풀이도 함께 했다.  예전부터 여러 사람을 만날 때 마다 느껴오던 것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분들을 만나면서 다시 한번 느낀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사진 = 카메라” 라는 공식이 여전히 성립되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CMS의 중요함을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진과 관련된 동호인 분들을 만나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것 중 하나는 그분들의 포트폴리오 사이트나, 블로그등의 주소를 묻는 것 혹은 어떠한 사진을 주로 찍는지에 관한 것들이다.  가장 큰 이유는 그 분들이 어떠한 사진을 찍어 왔고, 어떠한 성향의 사진들을 좋아하는지를 알게 됨으로서 사진적인 동질감을 찾고자 함이지, 기술적으로 사진을 잘 찍었느냐 못 찍었느냐를 평가해보고자 함이 아니다. –  스스로 그럴 능력을 갖추지 못했음은 말 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반대로 본인과 만났던 수 많은 사진 동호인들은 대부분 본인의 카메라 기능과 가격을 먼저 물어보기 일쑤였다.  본인 역시 카메라라는 물리적인 도구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니요, 사실 사용하고 있는 장비가 국내에서 접하기 쉬운 카메라도 아니면서 135 판형의 필름으로 촬영하는 장비치고는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기에 전혀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사진을 좋아하는 동호인이라면 한번 정도는 어떠한 사진을 주로 찍고자 하는지 정도는 물어보는게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한다.  뒤풀이 내내, 어떤 카메라가 더 사진이 좋게 나오고, 어떤 렌즈가 더 좋고 나쁘냐를 따지는 것을 보면서, 대체 가지고 있는 카메라와 렌즈를 몇 년씩이나 써보고 그런 대화들을 나누나 싶었다.  더 많은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해보는 것이, 더 많은 상황에서 사진을 찍어보는 것보다 중요한가?

   더욱 아이러니한 사실은, 그 많은 돈을 카메라와 렌즈에 투자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필름과 CMS 관련된 것들에는 무심하다는 것이다. 한롤에 만원짜리 필름을 쓰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필름으로 중요한 작업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필름 카메라에서의 생명은 첫째도 필름이요 둘째도 필름이다. 그것으로 모든 색감과, 퀄러티 등이 결정되고, 그에 수반하는 렌즈에 따라 해상도와 약간의 색감이 결정되는 것 뿐이다. – 물론 지금에야 필름 스캐너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는 변수이다.  그렇게 중요하게 촬영된 필름을 컬러 매니지먼트도 되지 않은 스캐너로 Input을 뽑아내고, 캘리브레이션 조차 되지 않은 모니터로 작업을 하며 컬러 매칭이 되지 않은 프린터로 뽑아낸다. 과연 항상 일관적이면서도 흡족할만한 결과가 나올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나마도 이것은 사진의 최종 결과물이 인화물이라는 생각을 가진 일부 사람들의 Work Flow에나 해당 되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사진에 관한 나의 오만한 편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